지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어릴 때 조금 읽었었다. 교과서에서 발췌된 보아뱀 일화와 여우의 일화를. 점수를 따기 위해 이 이야기를 분석하고 도식화하며 읽었던 만행을 ‘어린 왕자’가 봤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됐을까?
나는 저편에 또렷하게 빛나는 무언가에 닿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 ‘너가 한 건 노력도 아니야’라고 하는 사람이 분명 있겠지만, 굳이 남들과 노력한 정도를 비교하는 쓸모없는 짓을 할 정도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딱 한 번 발을 멈추어 나를 돌아봤을 때, 희망찬 눈으로 목표를 좇던 나는 이미 없었다. 그곳에는 빛바랜 눈동자를 무겁게 뜨고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보내는 미련한 사내가 있을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더클래식, p.134.
그 ‘중요한 것’을 잊었을 때, 난 다시 ‘어린 왕자’를 만났다. 그 한마디에 가슴이 욱신거렸다. 나는 대체 언제부터 눈앞의 것만을 보고 그저 따라가기만 하게 되었을까? 나를 치열하게 만들었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린 왕자’를 만난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식상한 결말은 아니다. 아마도 내 삶의 형태는 변하진 않을 것이다. 설령 변한다고 해도 그 또한 다이내믹한 변화는 아닐 것이다.
그냥,
정말로 그냥
내가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생각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를 읽고 끄적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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