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NO! 출산 NO! 왜?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결혼 NO! 출산 NO! 왜?
명절에 친척들에게 가장 듣기 싫은 소리 중 두 개. “결혼은 언제 하니?”와 “애는 언제 가질 거니?”다. ‘언제’라는 말과 문장 끝에 ‘?’를 붙이고 있지만 질문일 리가 없다. 정말 ‘언제’인지를 묻는 거라면 아무도 듣기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속뜻은 결국 “결혼 얼른 해라.”와 “애 얼른 가져라.”라는 압박이니까.
이런 반응을 본 그들은 이렇게들 말한다.
“물은 원래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요즘 젊은 애들은 도통 자기밖에서 말이 안 통한다.”
“널 위해서다.”
듣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결혼하고 애 키우는 데 보태 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시비 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반면 말하는 쪽도 답답하다. 자기가 다 겪고 보니 진리인 걸 말해 주는데 왜 다 꼬아 들으려고만 하는 걸까?
우선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정말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것이 그저 ‘젊은 애들’의 태도 때문일까?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결혼 후 얻는 안정과 동시에 잃는 안정도 있다는 것이며,
셋째는 시대가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남녀에게 가정에서 요구되는 정형화된 틀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위의 세 가지 이유보다도 더 많은 이유와 아주아주 세세한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사회의 구석구석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현대인들이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하나 덧붙이지면,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길게 보낸 것이 사실이며, 지금도 그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때문에 이 책에 언급된 세세한 사례에는 아무래도 여성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겪는 불평등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남성은 결혼 생활에서 편한 위치에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남혐’, ‘여혐’처럼 한쪽으로 편향되어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몇몇 어휘나 내용만 보고 바로 배척해 버리기보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사회 구석에 어떤 문제들이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게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오찬호,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읽고 생각해 봄